그 시절, 매일 접속하던 이유
단순히 재밌어서 접속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게임 콘텐츠는 익숙해질수록 반복되고, 사냥도 비슷비슷했죠. 그런데 이상하게 매일 들어가게 됐습니다. 접속하면 항상 있던 사람이 있었고, 별 얘기 아니어도 나누고 나면 기분이 나아졌습니다. 그게 이유였습니다.
아바타보다 진짜 내 모습을 보여준 공간
RAN 온라인은 제법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이 있었지만, 결국 가장 많이 기억에 남는 건 그 사람의 말투, 대화 방식, 성격이었어요. 게임 캐릭터는 모두 비슷해도,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은 너무 달랐거든요. 학교, 직장, 나이 다 다르지만 같은 서버 안에서는 그냥 동료였고 친구였어요. 가끔은 내가 진짜 나로 존재할 수 있었던 유일한 공간이기도 했죠.
길드, 그 작은 사회
길드에 들어가면 정말 다른 세상이 펼쳐졌습니다. 친목에 진심인 사람도 있고, 전투만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어요. 서로 다른 스타일이 부딪치다가도, 중요한 순간엔 항상 하나로 뭉쳤죠. 주말 저녁마다 모여서 ‘오늘은 성문을 열 수 있을까’ 두근거리던 시간도 기억납니다. 그땐 게임이 아니라,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움직이는 ‘우리’였던 것 같아요.
떠나온 사람들을 기억하며
지금은 로그인을 해도 그때 그 사람들은 없을 겁니다. 닉네임도 흐릿하고, 스크린샷 폴더엔 추억만 남아 있죠. 하지만 그건 사라진 게 아니라, 제 마음속 어딘가에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누구는 군대 간다고, 누구는 취업한다고, 그렇게 하나둘 떠났지만, 한때 우리는 정말 가까웠습니다.
게임, 그 이상의 의미
이제는 바빠서 게임 하나를 오래 하지 못하지만, 그 시절 RAN은 단순한 게임이 아니었습니다. 사람을 만나고, 시간을 보내고, 감정을 나누고, 웃고 화내고, 심지어 위로까지 받았던 공간이었어요. 다시 그런 공간을 만날 수 있을까요? 모르겠지만, 그런 경험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지금을 살아가는 데 위안이 됩니다.
언젠가 다시 만난다면
혹시라도, 언젠가 리마스터가 나오거나, 다시 서버가 열린다면. 그땐 꼭 다시 접속할 겁니다. 물론 그 시절의 친구들이 모두 돌아오지는 않겠죠. 하지만 어딘가 익숙한 ID를 보면, 귓말 한 번 보내볼 겁니다. “잘 지냈어?”라고. 그리고 그 대답이 돌아온다면, 난 또 RAN 온라인 안에서 살아갈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