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보는 캠퍼스 전장
몇 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게임이 있습니다. 이상하게도 그 시절의 기억은 또렷하게 남아 있네요. RAN 온라인. 학교를 배경으로 한 MMORPG. 교복을 입고 PK를 벌이던 그 세계는 오히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았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히 오래된 온라인 게임일 수 있지만, 제게는 첫 PvP, 첫 길드, 첫 전설템이 얽힌 아주 진한 기억이죠.
일상과 전투의 경계
게임 속 배경이 캠퍼스였다는 점은 지금 생각해도 독특합니다. 많은 게임들이 중세나 판타지를 배경으로 삼을 때, RAN은 현실을 조금만 비틀어 색다른 세계를 만들어냈습니다. 도서관, 체육관, 교문… 그런 공간들이 단순한 맵이 아니라 전장의 무대였습니다. 친구들과 교문 앞에서 적 캠퍼스를 기다리던 긴장감, 지금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각 캠퍼스마다 특색도 확실했습니다. 신수 캠퍼스는 날렵한 스타일이었고, 성곤은 묵직한 근접 전투의 느낌이 강했죠. 홀리는 안정적인 지원형에 가까웠고요. 이 구조 안에서 전투는 단순한 전투가 아니라 팀워크의 문제였습니다. 누군가가 빠지면 흐름이 무너지고, 낯선 유저와 몇 번 파티만 해도 이상하게 정이 들곤 했죠.
진짜 사람들과의 이야기
사실 RAN 온라인에서 가장 오래 남은 건 시스템이나 그래픽이 아닙니다. 함께 했던 사람들이죠. 같이 사냥하고, 채팅하고, 어쩌다 진심으로 화를 내고, 금방 다시 웃던 그들. 현실에선 이름도 얼굴도 모르지만, 그 안에서는 누구보다 가까웠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벤트 때문에 밤을 새워 사냥하다가 막판에 서버가 튕겨서 분노했지만, 그걸 같이 욕하며 웃었던 시간도 있었네요.
그 시절엔 디스코드도 없었고, 카카오톡보다 게임 내 메신저가 우선이었습니다. 친구 목록에 불이 들어오면 반가워서 바로 귓말을 보내던 그때. 지금 다시 만나도 서로를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묘하게 마음을 건드립니다.
시간이 흘러도 감정은 남습니다
이제는 모바일 게임이 대세가 되었고, 그래픽도 더 화려해졌지만… 그만큼 감정이 남는 게임은 드뭅니다. RAN 온라인은 저에게 처음으로 ‘게임이 인생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다’는 걸 느끼게 해 준 작품입니다. 지금은 공식 서버도 닫히고 홈페이지도 아카이브에서만 볼 수 있지만, 그런 점마저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그 시절을 아는 사람들에겐 여전히 살아있는 공간이니까요.
마무리하며
이런 글이 누군가에게 닿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혹시라도 예전에 RAN을 플레이했던 분이 본다면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 시절, 우리 정말 즐겁게 살았다고요. 그리고 지금도 그 시절이 그립다면, 아직 우리는 게임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마음이 남아 있는 거라고,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